2024.06.03 (월)
김현경 여수 이화내과의원 원장
레지오넬라증
최근 강남 내 클럽을 방문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기 증상 및 피가 섞인 가래를 토하거나 어지럼증, 근육통 등을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명 ‘강남 역병’ 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처음 이런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코로나19라고 의심했으나 수차례 검사 결과에도 음성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클럽 내 에어컨 등 냉방시설의 위생관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인 '레지오넬라증' 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에어컨, 냉각탑 등의 위생 관리를 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1.레지오넬라증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 균종(Legionella species)에 의한 인체 감염을 의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감염증으로는 레지오넬라 균종 중 레지오넬라 뉴모필리아(Legionella pneumophila)라는 균에 의한 폐렴이 있습니다.
이 병은 1976년 미국 재향군인회에 참가한 회원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하여 15%의 환자가 사망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재향군인병이라고 불렸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이란 물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 중 하나로, 레지오넬라균은 25∼45℃의 따뜻한 물에서 잘 번식해 수돗물이나 증류수 내에서 수개월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용하는 온수기, 에어컨의 냉각탑, 가습기 뿐만 아니라, 목욕탕, 온천, 그리고 길거리에 분수 등에도 레지오넬라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의 오염된 냉각수에 의해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냉방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여름철 감염질환의 대표적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레지오넬라증 증상
레지오넬라증은 임상 증상에 따라서 폐렴형과 폰티악 열(Pontiac fever, 독감형)로 나뉩니다.
레지오넬라증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에어컨의 냉각수, 공기 중에 있던 레지오넬라균이 사람에게 흡입되면서 감염을 일으키며, 50세 이상, 흡연자, 만성 폐 질환자, 암 환자, 면역 억제 요법을 받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합니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며, 여성보다는 남성의 발병률이 높습니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중증 지역사회 획득 폐렴 중에서 폐알균 다음으로 흔하며, 발병 초기에는 밥맛이 없고, 전신 권태감과 허약감이 있으며,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십니다.
이후 오한과 함께 39~40.5℃의 고열이 나타납니다.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이 나고, 설사, 오심, 구토나 복통 증상이 있습니다.
발병 3일째부터 가슴 X-ray 검사에서 폐렴 증상이 보입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폐농양, 농흉(흉막강에 고름이 고인 것), 호흡부전, 횡문근 융해증,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폰티악 열은 30~40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2~5일간 증상이 지속되다가 길어도 1주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폰티악 열의 증상은 권태감과 근육통으로 시작하여 갑작스러운 발열 및 오한이 동반됩니다. 또한 마른 기침, 콧물, 인후통, 설사, 오심, 현기증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냅니다.
폰티악 열은 레지오넬라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폐렴형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임상양상을 보이며, 흉부 X-ray의 이상 소견은 없습니다. 사망을 초래하는 일은 드뭅니다.
3.레지오넬라증 진단과 치료
레지오넬라증의 증상은 다른 질환과 구별될 수 있게 특징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가래에 들어있는 레지오넬라균을 특수배지에서 배양하여 분리 검출하거나, 레지오넬라균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변의 항원 검사를 통해 레지오넬라균에 대한 항원이 존재하는지를 검사하거나, 혈청 검사에서 일정 기간 후 추적 검사한 항체의 양이 4배 이상 증가하였는지 검사하여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환자의 면역 억제 상태를 고려하여 약 14일 정도 항생제 치료를 시행합니다.
면역 저하 환자의 경우에는 더 길게 약 21일 정도 투약합니다. 퀴놀론계 항생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테트라사이클린 등의 항생제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레지오넬라균의 서식을 막기 위해 에어컨 냉각탑, 가습기, 온수기 등을 항상 청결히 관리하고,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건물의 냉각탑 또한 청소 및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주기적인 환기 역시 레지오넬라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