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이민숙 (시인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노인과 바다]와 생의 절정에 대하여; 사무엘 울만은 노래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며 청춘이란 깊은 생의 신선함이라고. 희망! 희열!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갖는 한, 그대의 젊음은 오래도록 지속되리라고... ...청춘은 때때로 이십 세의 청년보다 칠십 세의 노인에게 아름답게 존재한다고. 헤밍웨이는 그의 역작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의 지칠 줄 모르는 어떤 마음의 상태를 그렸다. 그가 노인인가 청춘인가는 그의 나이에 걸맞는 평가로서 주의를 끌 수...
이민숙(시인 샘뿔인문학연구소장) 기어코 이렇게 묻고 말았을 것이다. 난 어른이니까…. 그 어떤 것도 마음으로 이해하려 들지 못 하는 어른, 설명하고자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어린왕자는 그 어른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여행을 떠나는 어린왕자, 아니 떠돌이 어린 왕자, 그가 간 곳마다 통하지 않는 말들, 왜 별들의 세계에는 어이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곳을 그렇게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던 걸까? 말은 통하는 말일 때 말이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문자는 말이 아니다! 별이니까……. 아니 별난 별이니까……....
이민숙(시인, 샘뿔인문학연구소장) 모든 시에는 시인의 삶이 녹아있다. 그러나 시인의 삶이 깃든 언어가 모든 시어를 주재하지는 않는다. 삶의 언어가 상상력을 빌어 새로운 창조의 틀을 만들어 내듯이 ‘삶을 확장하는 의도로서의 상상력’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집은 ‘독자의 공감을 얻는 상상의 집’이 되고 시인의 학교는 ‘독자의 기억으로서의 아니 미래로서의 학교’가 된다. 시인이 날마다 응시하며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늠하는 바다, 출렁이는 파도, 그 아래의 몽돌은 슬픔과 아픔과 그것을 극...
이민숙 샘뿔 인문학 연구소 소장 비(悲), 함께 아픔을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면서 지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삶의 매 순간이 절실하고 아릿한 것은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함께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목숨붙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고자, 살아남고자 하느니 불타고 무너지는 세상 죽임당하는 뭇 생명의 애절한 눈빛 앞에서 지금은 우리 저마다의 아픔으로 서로를 품어 안아야 할 때 우리 모두 한목숨으로 이어져 있으니 그렇게 함께 죽어가고...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새롭게 화려하게 변하는 삶의 지평도 우리네 핏줄 속 깊은 이야기는 함부로 고치거나 버릴 수 없다. 그것을 문화라고 할 것이다. 의, 식, 주, 정치 경제, 많이도 변해가는 21세기 대한민국. 하지만 우리들의 100년 전은 어땠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이 보여주고 들려주어 생생한 이야기들, 아니 심심하고 담백하게 무엇보다도 소박 진실하게 살았던 우리들의 어린시절 그 집, 입었던 옷, 먹었던 먹을거리들. 내 입을 내 몸을 감싸고도는 그 향기를...
이민숙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의 묘비명은 ‘자유’를 타고 흐른다. 그가 생전에 추구했던 인간 삶에서 자유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과정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발견하게 된 우리들의 ‘자유’일 수도 있다. 그는 죽었다. 그의 영원한 성지 크레타에 ‘자유를 데리고’ 묻혔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 ...” 이 말은 그의 묘비명일 뿐 아니라 그가 할아버지의 생에서 받아 올린 생의 비극적 사태들(터키와 크...
이민숙 여수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일송정 푸른 솔은 홀로 늙어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 뜻 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A)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깊이 새겨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B)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 소장 , 시인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 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이민숙 샘뿔 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오니 너나없이 반긴다 염려가 아니고 환대다 식당 여자는 껴안을 듯이 두 팔을 내밀고 데면데면하던 이웃도 나를 보더니 얼굴을 편다 좌회전하던 먼 이웃도 우회전하며 손을 내민다 혁대 풀고 거웃까지 보여가며 봐봐 나도 석달 고생했다고 한여름에 얼마나 개고생이냐고 운전은 되냐고 팔 아니라 대가리였으면 좆 됐을 거 아니냐고 말은 그렇지만 정작 재앙의 기억들을 떠올렸을 것 재앙이 가져다준 새잎 기억들을 탈 없기를 원하지만 ...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뒤뜰 언덕에 아카시아꽃 하얗게 필 때 홀연히 사라져버린 오빠 그리워 동생들과 꽃잎을 씹어가며 울던 그해 오월을 생각한다 유리구슬처럼 눈망울이 반짝이던 우리 오빠는 몇 달을 감옥에서 살다 나온 뒤로 초점을 잃게 뒤돌아서 잠만 자다 잠꼬대를 하는 소리에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지던 그해, 여름의 끝 해마다 언덕에 아카시아꽃 흐드러져도 울 오빠 빛나던 눈동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하고 부르는 소리에...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클 알도 꽉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는...
이민숙 샘뿔인문학연구소 소장 시인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놓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四月이 오면 山川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四月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祖國에도 어느 머언 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四月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東學의 함...
이민숙 샘뿔 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해마다 이맘때면 이곳저곳에서 그 해의 결산들이 쏟아져 나온다. 살아온 시간은 늘 몇 편의 시와 몇 편의 수필, 소설 등으로 한 해의 문을 닫기 위해 또는 새해로 건너가기 위해 문집 하나를 가름하고 친한 사람들이나 보이지 않는 독자를 향해 더 깊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제2의 존재와 그 존재를 만들어낸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하여 발견하는 것입니다. ... ... 방...
이민숙 샘뿔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모든 인간의 삶은 습관의 결과물이다. 인식과 병행한 습관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습관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직장에 나가고, 귀가하여 쉬고 잠을 자고 또... ...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 우주를 느끼기 전, 아니 그 지식을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리기 전부터 우리는 태어나는 생명체로서의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DNA는 가장 피동적으로 주입된 그러나 가장 강력한 습관의 집적물일 것이다....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 소장, 시인 몇 년 전 몽골에 처음 발을 딛고 난 후, 다시 한 번 몽골 여행을 다녀온 후, 무슨 이유인지 그 어떤 곳보다 더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된 몽골, 세 번째 여행을 앞두고 있다. 왜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토록 끌리는 이유는? 금세 머리를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것, 간단하다. 한없이 넓은 초원과 그 맑은 하늘과 달빛과 별빛이다. 광활함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하게 된 건 어릴 적 읽었던 시 광야를 통해서였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