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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고치기

기사입력 2020.05.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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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극명하다. 우리의 과거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다.

     

    인류 역사는 과연 진보 발전해왔는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무엇이 우리에게 대책 없는 거리두기를 종용하고 있는가?

     

    만날 수 없는 시간들이 대책이라면, 인간의 사회적 삶은 분명 문제를 함유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나로 인해 고립되고, 우리 서로를 격리시켜서 안전하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비로소 총체적인 반성의 패러다임을 통해 더욱더 지혜롭고 통렬한 자기 파괴, 자기 혁명의 지혜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다산의 오랜 말을 되짚어보면, “예로부터 성현은 모두 개과改過, 즉 허물 고치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

     

    심하게는 처음부터 허물이 없었던 것보다 오히려 낫게 여기기까지 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허물이 있는 사람이다.

     

    마땅히 급하게 힘쓸 것은 오직 개과改過, 두 글자뿐이다. 세상을 업신여기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다.

     

    기능을 뽐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다. 영예를 탐하고 이익을 사모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다.

     

    은혜를 품고 원한을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다. 뜻이 같으면 한 패가 되고 다르면 공격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다. 잡서를 즐겨 읽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요... ... 이 같은 병통들을 이루 다 꼽을 수가 없다. 한 가지 마땅한 약제가 있으니 오직 란 한 글자뿐이다.”-<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100>/다산어록청상/정민/푸르메/

     

    오늘 우리의 허물은 무엇일까. 아마 최고의 허물은 이익기능’ ‘뜻이 다른 이에 대한 공격등이 아닐까 싶다.

     

    자신만이 잘 살고 싶은 욕망, 자신의 공동체만이 옳다는 생각, 본질적 삶의 철학 아닌 기능(과학적 기술 능률...)에의 오만, 그러한 옹졸함이 빚은 참사가 온 지구를 병들게 해 왔지 않았을까 싶다.

     

    그 안에 국가를 운영하며 사리사욕의 전횡을 일삼는 정치적 권력지향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약한 사람들, 국민 대중의 안위는 안중에 없고 병마가 창궐함에도 정치권력의 지향점에 눈이 어두운 권력자는 선진국이라는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말았다.

     

    그들은 이미 선진적이지 않다.

     

    세계를 제국주의화했던 팍스아메리카나로부터 코로나,19의 피해상황이 가장 무질서하게 나타나는 국가라는 오명을 입고 있다.

     

    상당히 많은 나라의 의료시스템은 국민대중의 안위를 가장 밑바탕에 둔 휴머니즘이 중요하다는 걸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크나큰 허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고친다는 건, 가장 겸손한 인간본연의 삶에 중심을 둔 가치관의 형성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한 사람의 자기반성은 열사람의 반성으로 이어지고(진심어린 반성일 때에야 그렇겠지만) 전지구적 시스템의 재구축으로 거듭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오래 전 지구가 보낸 응급신호가 없지 않았음을 이제 비로소 더 위급한 코로나의 역습을 받고서야 알게 된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안다는 것의 허망함을 또다시 반성할 때이다.

     

    천 권의 책을 읽고도 뜻을 구하지 못했다면 헛일이라고 다산은 설파했다.

     

    만권의 책을 읽고 그 지식으로부터 삶의 한 가지 방법조차 구축하지 못 한 것과 같은 현대인의 무지몽매, 반성 없는 겉핥기식 삶, 도서관에 쌓인 그 많은 책에게 미안할 뿐이다.

     

    인류에게 더 큰 반성의 기회를 주려고 코로나는 지금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줄도 모른다. 역설의 횃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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