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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짧은 생, 생명을 나눈 잔잔한 감동.

기사입력 2018.12.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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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 국세공무원이 최근 만성 질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양천세무서 조사과에 근무한 최 모 조사팀장은 지난 달 말 홀로 친지의 일을 돕다가 감나무에서 추락해 의식을 잃었다.


     이후 가족들이 최 팀장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소생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고, 결국 최 팀장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가족에게는 존경받는 가장이자, 직장에서는 어질고 현명한 동료였던 최 팀장은 그렇게 수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그리움만 남기고, 향년 52세라는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슬픔을 가다듬고, 평소 고인의 뜻을 받들어 만성질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고인의 장기 일부는 병마 속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었다.


     최 팀장은 불의의 사고를 세상을 떠났지만, 떠나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가장이자, 자녀였을 이들에게 새 희망을 심어준 고인과 가족들의 이 같은 결정은 국세청 직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국세청 동료들은 “고인은 한없이 좋은 선배이자, 후배요, 동료였다. 그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도 “운동도 잘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 또한 많은 직원이었다”며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에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장례식 이후 고인의 자녀는 국세청에 편지 한 통을 보내 떠나는 순간까지 함께 해 준 국세청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여전히 아낌없이 생명을 나누고 떠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장기이식법이 발효된 후 매년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증가해 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역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는 12월까지 총 428명으로 2016년 573명, 지난해 515명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뇌사자 장기와 별개로 피부나 각막 등 조직 기증자 수도 2016년 285명에서 지난해 128명을 거쳐 올해 105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국내 기증 거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2016년 46%였던 장기 기증 거부율은 지난해 55.8%에서 올해 10월말까지 59.7%로 올라 올해 60% 돌파가 유력하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의 경우 1990년대 기증 거부율이 27~28%였지만 최근에는 15%대로 크게 낮아진 점과 비교하면 국내 기증 거부율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기증자 수가 적고 기증 거부율이 올라가면서 장기 이식 대기자로 등록돼 있다가 사망하는 사람들 수는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식 대기 기간 중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3.3명이었지만 2016년 3.6명을 거쳐 지난해 4.4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장기 기증 거부율이 최근 몇년새 급증한 이유로 뇌사자 관리에 필요한 의료현장 인력 부족과 기증 후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 소홀 등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서 장기 매매에 대한 일부 부정적 현실을 강조함으로써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 또한 나빠진 점도 지적되고 있다.


      장기이식법 개정을 통해 장기 기증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뇌사자에게만 한정된 장기 기증을 심정지 환자에게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기증자 본인의 의사를 가장 먼저 존중해 기증 문화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본인이 기증 희망 등록을 하더라도 다른 1명의 가족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선순위 동의권자 동의가 있더라도 다른 가족이 반대하면 선순위 동의권자가 동의를 취소할 수 있어 장기 기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2년 장기 기증자 수가 정체 상태를 보이자 정부와 국회, 병원, 각종 협회 등 유관 단체 구성원이 모두 모여 규제를 줄이고 장기 기증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공동 모색해 이듬해부터 기증자 수가 다시 늘어나게끔 했다. 우리도 범사회적 토의가 필요한 때이다.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문의 :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1577-9767) 

     

    김동화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이사장
               생명나무비전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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