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2020년 폭우.

기사입력 2020.09.10 17:26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2020년 폭우

    장 진희

     

    하늘이 노했다

    땅이 노했다

    지구가 무섭다

    바다도 강도 계곡도 산도 무섭다

    하늘에서 천둥소리 요란하고

    개울 속에서도 바윗돌 구르는

    천둥소리 끊임없다

     

    개울가 집

    개울물 넘칠까봐

    개 목줄부터 풀어준다

    옷가지 가방에 싸고 노트북 챙겨

    좀 높은 곳에 세워둔 차에

    실어 놓는다

     

    밤새 잠 못자고 들락날락

    개울물 수위를 지켜본다

     

    싸다 싸

    목숨 하나 살자고

    하늘 땅 못살게 군 댓가

    집안을 살펴보니

    밭에 내어 호박 참외 배추거름

    되어야 할 똥오줌

    수세식 변기로 흘려보내고

    주방에는 비닐 봉다리 플라스틱 통들

    한 번 먹자고 생수 펫트병 하나

    쓰레기통에는 수명 다한 전구까지

    이 뿐이랴

    이 오만 물건 만드려고 공장 굴뚝은

    쉬임없이 하늘을 괴롭히고

    세탁기 냉장고 전등 컴퓨터

    이 전기 만드느라 지구를 얼마나 위협하는가

    눅눅하다 돌리는 보일러 기름

    책꽂이의 책들

    어느 것 하나 죄 아닌 게 없구나

     

    그래도 살겠다고

    기름 매연 자동차 타고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구나

    고스란히 잠겨도 달게 받아야 할 목숨

     

    올 여름엄청나게 내리는 폭우와 장마비 속에서 여러 지방 도시들이 수해를 입었고구례곡성하동도 섬진강 댐 방류로 인해 크나큰 수해를 입게 되었다.

     

    특히 구례는 읍 근처에 있는 서시천 둑방길이 무너지면서 구례읍의 저지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지대가 낮은 여러 면들이 물에 잠겨 정말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못 건지고 나온 집이 허다했다.

     

    하우스 농가의 농작물들은 모다 물에 잠기고골재는 아예 쓰러지고이제 조금 있으면 벼꽃이 필 나락들은 온통 물에 잠겨 녹아버리고소를 많이 키우는 마을은 소들이 물에 둥둥 떠내려가 어디에서 죽은지도 모르고혹은 축사에서 목이 매여 죽어 있거나 혹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저 높은 축사 지붕 위또는 높은 암자에 올라가고때로는 무인도까지 흘러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들도 있었다.

     

    기나긴 장마기간이 끝나고 사람들은 두렵고떨리고분하고억울하고마음이 주저앉는 상황속에서 체육관이나 큰 강당 같은 곳에서 심란허게 합숙생활을 하며 수해복구에 나섰다.

     

    민관이 협력하여 큰 일부터 작은 일까지 함께 힘을 모으고감사하게도 여러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오고후원금과 여러 반찬거리생필품들을 보내오고또 젊은 군인들이 와서 힘과 손이 많이 들어가는 일들을 처리해 주어 서서히 회복의 기미가 보였는데웬걸또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보니 복구가 주춤하게 되고여기에 태풍까지 들이닥친다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랴이러한 재난의 연속들이 기후위기 때문이란다인간의 편리만을 위한 욕심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누군가의 말씀을 여기에 실어본다.

     

    어째 우리가 이러고 산다냐아이고 죄 받겄다너머 늦었다고 하드라인자 죽을 수밖에 없닥 하드라그래도 사는 날까지는 죄닦음 하고 살아야 쓰겄다인자 태어난 우리 새끼들은 뭔 죄냔 말이여.”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