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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길과 회춘탕

기사입력 2022.11.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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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jpg

    김상훈 수필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걷는 길도 좋지만, 반대로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만덕산 기슭의 다사로운 햇살을 마주 보며 걷는 길도 운치가 있습니다.

     

     

    오전에는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오후에는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걷는 길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과 혜장 선사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걸었던 이 길에 뿌리의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은 계절에 상관없이 어느 때 어느 시간에 걸어도 좋지만, 특히 백련사의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나 만경루 앞마당의 백일홍이 붉디붉은 빛깔을 쉼 없이 배롱나무의 끄트머리에서 물들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아니 초당 옆의 천일각에서 바라보는 강진만의 철새가 무리 지어 구구대며 짝을 찾아 날아오는 계절이면 더욱더 좋을 듯합니다.

     

     

    온 대지의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지상으로 올라오는 이 계절에 다산초당 길을 걷는다면 우거진 숲보다는 메마른 땅을 딛고 힘겹게 올라오다 미쳐 흙을 만나지 못해 건조해진 온갖 나무의 뿌리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수척한 뿌리의 돌출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특별한 감흥이 가슴 한 자락에 아련히 밀려옴을 느낄 것입니다.

     

     

    길에 기묘한 형상으로 깔린 그 나무뿌리의 돌출과 돌기들이 마치 다산선생의 유배 생활인 고난과 곤궁의 상징처럼 보여지고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걷다 보면 금세 가슴이 텅 비워지고 확 타오르는 격정의 순간이 엄습합니다.

     

     

    극히 모순되고 상반된 감정이 교차 되면서 신묘한 착각 즉, 내가 다산이 되고 옆의 친구가 혜장이 되는 황홀한 혼란의 경험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인 정호승은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는 아주 적절하고 절절한 표현을 빌려 노래했습니다.

     

     

    이 길을 걸었던 의식 있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성숙한 사색과 사려 깊은 성찰을 끌어냈으리라 짐작됩니다.

     

     

    자박자박 밟히는 발소리와 보조를 맞추며 걷다 보면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가슴이 숙연해지는 애절함이 엄습해 왔던 경험은 황홀한 착각입니다.

     

     

    나는 지상의 뿌리가 되어 수 많은 후생들에게 고난과 곤궁의 상징으로 앙상히 드러내고 있는 그 뿌리의 주인인 다산선생께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립니다.

     

     

    그립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그분의 유배지에서의 처절했던 고독을 나의 작은 가슴으로나마 흠씬 품어서 느껴보려 함입니다.

     

     

    다산의 유배길을 홀로이 걸어본다

    흙길은 고요하고 돌길은 자박한데

    이어진 뿌리의 길엔 곤궁함이 깔려 있다.

     

     

    초당은 외로워서 그의 넋 배어 있고

    천일각 바다 건너 흑산도는 멀어 찬데

    혜장과 밤새워 걷던 찻()길이 다사롭다.

     

     

    귀양길 서러움 먹 갈아 누르시고

    오백 권 장한 저서 붓 잡아 남기시니

    옷깃을 정히 여미어 임의 뜻 헤아린다.

     

     

    슬픔과 한숨일랑 먹물 속에 감추고

    외롬과 그리움은 붓대롱에 삭이어서

    하피첩 두 아들에게 필적 남겨 당부한다.

     

     

    천리라 머나먼 길 병고의 외론 아내

    보고픔 애절치만 갈 길은 까마득 해

    유배지 밤 깊을수록 촛농마저 더디 탄다.

     

     

    이번 붕우회(朋友會) 모임을 남도 답사 일번지의 고장인 강진에서 갖기로 했습니다.

     

     

    때와 곳에 상관없이 묵은지 냄새 짙게 풍기는 옛 친구들과 만남은 각별한 즐거움이지만, 특히 내 고향 다산초당에서 만난다고 하니 기쁨이 더욱 큽니다.

     

     

    더불어 다산초당의 뿌리의 길을 걷는 것 또한 크나큰 즐거움인데 요즘 한창 뜨는 회춘탕까지 맛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더더욱 기다려집니다.

     

     

    회춘탕은 전복, 문어, 토종닭에다 12가지 한약재를 넣고 식염은 일절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폭염의 계절을 맞이하여 기력이 쇠진해 가는 붕우들이 보약 한 재를 달여 먹는 것보다 효과 좋은 건강식이며 코로나로 한참 면역력이 저하된 당뇨와 치매 예방에도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골다공증이 우려되는 여성에게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하니 동행하는 부인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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