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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Ⅰ) - 장기요양을 中心으로

기사입력 2022.12.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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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화 시대에 즈음, 노인간병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다. 이는 ①국민연금, ②건강보험,  ③고용보험, ④산재보험과 더불어 국가가 국민에게 가입을 강제하는 '다섯번째' 사회보험이다. 장기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개개인이 이를 위해 미리 간병에 필요한 비용을 준비하는 것이 어려우니, 국가가 (가입을 강제하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나선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혹은 65세 미만이라도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 6개월 이상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인정조사 과정을 통해 장기요양인정점수를 산출하여 요양 등급을 결정하여,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 등급은 총 6개로 나뉜다. 장기요양인정점수가 95점 이상인 분들은 일상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거의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분들로 1등급을 받고, 75점 이상 95점 미만이면 2등급, 60점 이상 75점 미만이면 3등급 이런 순서다. 1~2등급은 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3~4등급은 집에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는 재가 서비스만 이용 가능하다.

    그런데 장기요양보험은 아무래도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노인이 집에서 지내기에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1~2등급을 받은 분들의 재가 서비스 월 한도액이 각 167만원, 149만원 정도다. 이는 하루 최대 4시간 정도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나(이 중 15%는 본인부담금으로 지불),  이분들은 사실상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인원 중 47%가 재가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2등급을 받으신 분들 중에 집에서 지내고 싶지만 ‘요양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요양원은 하루 6만~6만5000원의 20%만 부담하면(월 약 40만원)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가 노인들 여러 명을 돌보는 형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보통 노인 3~4명 이상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비보험인 식비 및 이미용 비용 등을 포함해 대략 월 65만~80만원 정도이다.

     

    3~4등급인 경우는 최대 3시간 정도 재가(在家)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분들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는 요양원에 갈 수도 없다. 결국 가족이 경제활동을 하려면 보험 혜택이 없는 추가적인 간병비가 들어가니 이러한 틈을 ‘요양병원’이 채우고 있다. 등급 외 판정을 받았거나, 3~5등급을 받았으나 돌봄의 필요가 여전한 경우, 차선책으로 요양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은 원칙상으로는 질병 치료나 재활을 목표로 한다(그래서 건강보험에 의해 비용이 보조됨). 그러나 요양원처럼 입원을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꿩 대신 닭’처럼 요양병원에 입원하곤 한다.

     

    그렇다면 ,

     

    돌봄이 필요하신 부모님에게 요양원·요양병원이 나을까, 집이 나을까 ? 

    물론 재정적인 여유가 충분하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고급스러운 시설에서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는 시설에서 지내는 선택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좀 더 일반적인 형태를 상정하여 살펴본다.

     

    언론에서 일부 요양원의 실태를 보여주는 기사에서 보듯,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노인들은 군대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고, 기저귀를 가는 정해진 시간까지는 변을 보아도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이겠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시간에만 목욕할 수 있기에 (치매로) 온몸에 대변을 발라도 정해진 날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는 대한민국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적지 않은 노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렇듯 요양원이 이상적인 돌봄과는 괴리가 크지만, 그렇다고 꼭 집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옛말처럼,  돌보는 이나 거주지의 상황이 열악하다면 부족하나마 시설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고,   장기요양보험에서는 스스로  대,소변처리가 어려운 경우 3~4등급인 분들도 요양원 입소를 허락하지만, 일반적으로 노인들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곳은 아무래도 집이다. 노인들은 개인 사생활이 제한되는 단체생활을 힘들어 하기에, 필요한 돌봄과 의학적 처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면 집이 더 좋다는 데에는 이견(異見)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현행 제도의 재가(在家) 및 시설(施設) 서비스가 필요한 도움을 충분히 제공하는지, 가족이 정상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지, 또한 어르신의 건강에는 어떤 것이 더 나을지 따져보아야 한다.  돌봄의 필요가 더 많을수록, 건강이 더 나쁠수록, 또 돌보아줄 가족이 없을수록 시설에 입소할 확률이 높아진다. 

     

    노인들에게는 재가 서비스가 (시설 서비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는 시설 서비스가 더 많은 자유를 주겠지만 말이다

     

    결국 (돌봄을 제공할 건강한 배우자가 없는 한) 막대한 추가적인 간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노인들만이 돌봄이 필요할 때 집에서 그나마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이러한 현실은 노인 돌봄의 「시설화(施設化)」를 낳았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요양원은 2008년 1332개에서 2021년 4057개로 늘었고, 장기요양보험과 무관한 요양병원도 덩달아 증가해서 2008년 690개에서 2021년 1464개로 늘었다.

     

    이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노인이 원하는 곳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즉 어느 정도 돌봄의 「탈(脫)시설화」가 필요하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좀 더 (시설보다는) 재가(在家)서비스를 택할 수 있도록 수가(酬價)를 적극 조정해야 할 것이고, 중장기 과제로서   장기요양보험료 인상 내지 증세(增稅)을 통한 在家와 施設 서비스 모두의 "양적·질적"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형성에 나서야 되겠고,

     

    둘째, 부족한 간병인력도 문제로써, 지금은 내국인과 중국 동포만이 가능한데, 차제에 홍콩처럼 외국인(동남아) 간병인 고용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이제 우리나라도 존엄한 노년(老年)을 위해 간병과 돌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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