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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詐欺)대처론

기사입력 2023.11.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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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테면, 갚을 의사도 없이 큰돈을 빌리면서, 그에 비해 작은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고율의 이자를 몇 차례에 걸쳐 ‘따박따박’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신뢰를 얻고 난 후, 다급한 사정 또는 결정적인 기회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돈을 빌려 달라거나 투자를 권한다. 피해자는 이미 상대방의 재력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과신(過信)하고 있기에, 상대를 의심하는 것에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토록 좋은(?) 사람과  큰 이익을 볼 기회를 놓칠까 봐 급히 돈을 건네게 된다."는 게  전 청조 사건의 대략적인 얼개라 본다면,  이제 다음에서는 그런 상황에 대처하고 미연에 예방하는 방법에 관해 잠시 일고(一考)해 보기로 한다.

    지나친 호의는 사양하면서, 무엇보다 '천천히' 친해져야 한다. 누군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 투자를 권유하거나 내가 좋아서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경우라면 내가 속도를 늦추면 상대방도 기다리고 보조를 맞출 것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어떤 속도로 친해지길 원하는지보다, ‘나’의 속도와 방향성이 중요하다. 내가 천천히 가거나 거절하면 상대방이 떠날 것 같은가. 상대방이 없었던 과거에도 나의 삶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의 재력과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이라면, 왜 저러는지 "건강한 의심"을 발휘하자. 내가 혹할수록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 저 사람의 재력과 친분이 나랑 무슨 상관일까 ? "


    작은 진실이 큰 진실이 될 것이라고 믿지 말자. 이자를 준다고 원금을 다 갚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원금이 크면 클수록,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높은이율과 고소득을 보장하면 할수록, 상대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꼭 투자하고 싶은 기회라면 손해를 봐도 영향이 크지 않을 여유 금액만 투자한다. 특히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몹시 위험하다.

    상대방이 다급하다고 하고 도와줘야만 하는 상황으로 판단되더라도 송금하기를 누르기 직전까지 ‘나’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친절을 베풀어도 될 금액은 내 마음이 편한 금액에 한해서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그만큼만 친절을 베풀어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것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타인에게 의존해서 변화를 기대하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감수할 만큼의 위험인지 생각해보자. 안전장치로  담보를 요구하는 등 위험을 완화할 조처를 하자.

    흔히 사기는 ‘나’한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과신할 때, 어쩌면 이런 과신이 사기의 덫에 빠지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결국 사기(詐欺)를 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외로움, 의존하고 싶은 마음, 욕심 등을 이용하기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나’를 관계의 노예나 작은 존재로 놓지 않고 적정한 크기로 인식하고, "자기 보호와 경계 세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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